최유니 집사 (Harmony-2)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나이지만, 또 현대 문명을 사랑하는 나이기에 하나님께서 시키지 않으셨으면 하고 바랐던 섬김은 선교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선교라고 하면 눈을 피하고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외면해왔는지도 모르겠다. 매해 첫 달, 선교주일이 되면 선교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의 마음은 작은 불씨를 일으키며 뜨거워졌지만 양은 냄비마냥 쉽게 식어 마음을 먹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번 76차 우간다 아웃리치 참가자를 모집할 때 나는 남편에게 가보지 않겠냐고 몇 번이고 독려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을 보내고 마음의 짐을 덜어보고자 했던 얄팍한 꾀였던 것 같다. 남편은 주일 어느 날, 아웃리치를 신청했고 나는 딱 한 주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이내 “너 그거 다 핑계다“라는 하나님의 꼬집으심을 들었고 남편의 신청 2주 후 하리와 함께 온가족이 함께 가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우간다로 출발하는 날이 가까워올 수록 나의 긴장과 예민함은 극에 달해 갔다. 릴레이 금식 기도를 하면서 나는 복음 전파와 모든 의료 사역의 축복을 기도했지만, 또 하나의 큰 기도 제목인, 나의 나약함을 놓고 시험에 들지 않도록 하나님이 붙들어주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선교 여행 1일차, 공항에 도착해 함께 가는 분들을 뵈니 순식간에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하나님께서 주신 평안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비행을 하고 차를 타고 날이 어둑어둑해질 즈음 우리는 부사바가 믿음교회에 도착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정문에 들어서자 동네 주민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울려퍼지는 환호성을 듣자 나의 모든 불안과 긴장이 쑤욱 가라앉으며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 이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잘나서 하나님이 날 사랑하기라도 하시는 듯, 사역지에서의 활동을 설렘을 안고 오기보다는 고민과 염려의 마음을 안고 온 부족한 나를 “잘 왔다~ 어서오너라~”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해주시는 하나님의 음성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해 줄 때 그 맑고 흠없는 눈빛을 보며 하나님이 우리를 바라보시는 눈빛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멘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찬양을 하는 부사바교회 성도들과 아이들의 모습에서 가득한 기쁨과 은혜를 보았고, 4~5살밖에 안되는 아이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며 눈물로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역 첫째 날, 둘째 날이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사역에 동참하는 사역인들 눈에는 기쁨과 하나님이 채워주시는 힘이 보였고 서로 앞다투어 일을 하나라도 더 하려는 모습이었다. 정말 나 빼고 다들 베테랑 사역인들이었다. 또 아침, 저녁으로 나눔을 하면서 어느 누구 하나 시간이 남아서, 여유가 있어서, 몸이 건강해서만 온 것이 아님을 깨닫고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곳에 내 눈이 향하길 원한다고 버릇처럼 기도하면서도 아웃리치라면 핑계만 찾던 내가 한번 더 부끄러워졌다. 의료사역을 오면서 파스를 한 움큼 챙겨오신 분, 다른 여행 계획을 포기하고 오신 분,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오신 분, 한국으로 돌아가셨는데 아웃리치를 위해 먼 발길을 하신 분… 사실 같이 오신 분들을 보기만 해도 아웃리치에서의 은혜는 차고 넘쳤다.
선교지 사역은 정말 쉴 틈 없이 흘러갔다. 마지막 사역을 마친 날 저녁에 나는 살짝 마음이 무너졌다. 복음을 전하러 온 것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오신 분들 눈 한번 제대로 맞춘 기억도,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넨 기억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한마디라도 전해야 했었는데 하며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다음날 마지막 QT 나눔 시간에 하나님은 나에게 위로의 말씀을 건네주셨다. 그날 QT 내용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비어있는 무덤을 찾아간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요한복음 20장 1절에서 10절 말씀이었는데 그 중에서 다음 말씀이 내 마음을 울렸다.
9. (그들은 성경에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알지 못하더라)
무지하고 무딘 제자들 가운데에서도 예수님의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큰 계획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현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이 말씀은 전날의 나의 후회를 덮어주셨다. 나의 부족한 모습이나 내가 한 일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의 일하심은 그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말씀으로 위로를 주셨다.
이번 나의 첫 선교여행은 섬기러 갔지만 오히려 은혜와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 조금은 부끄럽지만 나를 위해 하나님이 계획하신 선교 체험판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혹시 나처럼 전기와 깨끗한 물과 안락한 침대를 사랑하여 선교여행을 망설이는 주님의 자녀가 있다면 나의 이 글이 도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