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주일) 산상변모주일
2월 14일(수) 재의 수요일
2월 18일(주일) 사순절 첫 주일
사순절 전 산상변모주일
돌아오는 2월 11일은 교회력으로 볼 때 산상변모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된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산상변모주일이 지나고 바로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실천하는 사순절기가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부활 이전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리며 주님을 더욱 더 바라보는 절기입니다.
산상변모주일을 영어로는 ‘Transfiguration Sunday’라고 표기합니다. ‘Transformation’(변화)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Transfiguration’(변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변화보다 변모가 더 철저하고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한글로 변모는 “모양이나 모습이 바뀌거나 달라지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적인 의미에서 변모는 외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인 변화까지 포함합니다.
변모에 해당하는 그리스 원어 ‘메타모르포시스’란 말은 실체적 변화, 총체적 변화를 가리킵니다. 복음서의 저자들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묘사하면서 외부적인 놀라운 상태를 기술하면서도 내적인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메타모르포시스’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구약시대 사람인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고 하늘로부터 빛이 나는 구름이 내려오면서 예수님을 사랑하는 아들로 부르며 확증하는 장면은 예수님께 일어난 변모가 단순히 외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사순절 직전에 산상변모주일이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기 앞서 참된 변화, 총체적인 변화가 믿음의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먼저 하나님을 참되게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때 비로소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셔서 빛과 광채로 변화되셨다는 산상변모의 이야기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당연히 거쳐야 될 총체적인 변화, 근본적인 변화의 체험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신비체험의 본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체험과 변화의 종교입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주님과의 인격적인 체험을 통해 나의 삶이 새롭게 변하고, 나로 인해 내가 속해 있는 가족과 교회, 일터와 사회, 세계가 변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고서도 변화된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신앙과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변화가 한순간에 지나지 않거나 그 속에 머물고 만다면 신앙은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자아도취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시점 가운데 신앙인의 철저한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사순절을 보내기 전 산상변모주일을 맞이할 때 우리 믿음의 총체적이고 참된 변화를 위해 주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