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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아볼로 성경대학: 오늘을 사는 기쁨

노강호 집사 (Marina-4)
노년에 매일 성경 필사를 하시던 백부님은 늘 나를 당신의 친자식보다 더 귀여워하셨는데, 노씨 가문이 믿음의 반석 위에 서야 한다시며 늘 전도서 1장 2절과 12장 8절을 인용해 들려주시곤 했다. 어린 시절 어느 해 크리스마스 날 소천하신 고모님이 찢겨진 붉은 색 성경책을 늘 들고 사시던 그 모습 또한 생생하다.
전도서를 숙독한 적도 없었고 무슨 말씀을 해주시려는 건지 모른 채 살던 중 2023년 9월 시작된 아볼로 성경대학을 무작정 신청했다. 우선 내용이라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도신 전도사님의 혼신의 노력이 담긴 매주 4쪽짜리 교안은 어느 한구석 버릴 곳이 없었고, 하얀 배경 앞에 줌을 통해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은 1시간이 10분처럼 흘러가게 했다. 40여 명의 수강생 모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헤벨–수증기, 거품 같은 것,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일진대, 지금 이 순간 즐겁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며 사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걸 몸에 새긴 게 정말 소중한 소득이었다.
석 달여 전 갑작스럽게 병상에 눕게 된 셋째 동생이 오빠의 피-골수를 필요로 하여 나는 지난달 황망히 한국에 갔다. 달리 위로할 길이 없어 여호와 이레만을 뇌까리며 채혈대에 앉았고 내 피가 동생과 맞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중에도 과연 이때 나를 급하게 부르신 뜻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곤 했다. 그러나 마음은 편해졌다.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모르지만.. 맡기자 오직!’ 이런 생각만 들었다. 홍콩을 거쳐 가는 14시간의 여정 내내 울컥울컥하던 내 모습과는 한결 달라진 것을 느꼈다.
2주 후 다시 두바이에 돌아온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왜 이리 말랑말랑해졌느냐고 했다. 나는 왜 그런지 알 만했지만 웃음과 매일 성경 읽는 모습으로 답을 대신했다. 10주간의 아볼로 성경대학을 통해 굳을 대로 굳어진 내 마음과 머리가 만짐을 당했던 것 같아 감사드린다. 성경 상고의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며 환하게 웃으시던 박 전도사님의 다음 프로그램을 고대해 본다.
민양정 자매 (청년부)
구약 성경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시편, 잠언의 은혜가 끝나기 무섭게 찾아오는 도전이 바로 전도서였습니다. 이것도 헛되고, 저것도 헛되다 말하는 전도서 읽으면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라는 혼란스러움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의 말씀이니 무엇인가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읽어가지만 스스로 소화하기에는 아주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볼로 성경대학에서 전도서를 다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시간을 제대로 내어 드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전도서를 알아가고 싶은 욕심과 또 여러 청년 셀원들과 함께 하기로 하여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0주의 과정 동안 저에게 크게 남은 키워드 중 하나는 강의의 주제처럼 “일상을 사는 기쁨”이었습니다. 광야와 같은 두바이 땅에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려 했던 모든 ‘즐거움’과 사막 모래 위에 든든한 초석이라도 세워보고자 부단히 애썼던 모든 ‘노력’이 결국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이 진정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언젠가 우리 삶의 끝이 있음을 기억하고(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하나님에 의한 완전한 새창조의 날을 소망하며 살아야 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해 아래는 새것이 없으나 해 위에서 새로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내 일상의 모든 순간과 관계들을 아름답게 하셨으니 그 아름다움들을 묵상하며 온전히 누리는 하루하루가 되고 싶다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주 동안 배움의 기쁨이 충만한 시간이었고, 하나님을 더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다음번 아볼로 성경대학도 기대하며 동참해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