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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사무엘상 개관(2)

1.
언약궤, 증거궤, 법궤 (4장~7장)
사무엘상 4:1~7:2은 흔히 사무엘서에서 ‘언약궤 이야기’(ark narrative)로 불리는 본문이다. 이 본문은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싸우고자 에벤에셀 곁에 진 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기에 나오는 에벤에셀이 사무엘상 7장에 나오는 에벤에셀과 같은 곳인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사무엘상 4:1은 정녕 이스라엘이 ‘도움의 돌’이라는 뜻의 ‘에벤에셀 곁’에 블레셋에 대항하는 진을 쳤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블레셋을 격파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에벤에셀을 선정했다는 뜻이 된다.
언약궤는 이스라엘이 세웠던 광야 시대의 성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 언약궤는 예루살렘 성전에 안치되기 전까지 이스라엘과 함께 하고,이스라엘의 이동을 앞장서서 인도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특히 여호수아가 이끄는 가나안 정복 기사에서 제사장들이 메고 앞장서 나가는 언약궤의 이동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이동을 진두지휘하고 계심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수3:3, 6, 8, 11, 14, 17; 4:9, 18; 6:4, 6, 8). 가나안 땅 정착 후에도, 아니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운 이후에 도 큰 싸움을 할 때에는 언약궤가 이스라엘의 군사들과 함께 벌판의 장막에서 지내 게 된다(삼하11:11).
그러나 사무옐상 4장의 언약궤 이야기에서는 이스라엘이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나가서 블레셋 사람과 싸우려고 에벤에셀 곁에 진을 쳤다.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지는 훗날 사무엘과 그 군대가 전쟁터에 나서기 전 하나님께 “우리를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구원하시게 하소서”라고 부르짖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냥 에벤에셀 곁에 군대의 진을 쳤을 뿐이다.
본문의 에벤에셀은 어쩌면 ‘도움의 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지형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생긴 곳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그곳에 전쟁의 막사를 치면서 맞은 편 아벡에 진을 친 블레셋을 쉽게 물리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략적 지형을 이용하려고만 했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비는 어떤 간구나 기도도 없었다. 에벤에셀이라는 가장 상징적인 장소에 둥우리를 들면서도, 그 내면에 충만해야 할 하나님의 인도하심(언약궤)에 대한 신앙이 없었다. 거기에는 하나님도, 사사도, 하나님의 사람도 없었다. 이스라엘의 군사들이 토로하는 어떤 모양의 기도나 신앙 고백도 없었다(비교 7:5~6). 다만 무작정 전쟁터로 나서는군인들만 버티고 있었다.
‘언약궤’에서 ‘궤’는 히브리어로 ‘아론’이며, 구약에서 모두 202회 사용되었다. 이 말은 세속적으로는 관 모양의 상자(창50:26)나 돈 같은 것을 보관하는 함을 가리킨다(왕하12:11; 대하24:8, 10, 11). 그러나 성소에 안치해 둔 궤를 가리킬 때는 언약궤(민10:33; 신10:8; 31:9; 수3:3), 하나님의 궤(3:3; 4:11, 13, 17; 삼하6:2, 3, 4, 6), 증거궤 · 법궤(출25:22; 26:33, 34; 30:6), 여호와의 궤(수3:13; 4:5, 11; 삼상 4:6; 5:3), 주의 능력의 궤(대하6:41; 시132:8) 등으로 다양하게 쓰였다. 히브리어 ‘아론’을 수식하는 말들이 이처럼 여러 가지인 것은 언약궤의 의미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미가 얼마나 다양하든, 그 생김새가 어떠하든, 중요한 것은 언약궤에 담긴 내용물이다. 언약궤에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두 돌판과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와 아론의 지팡이가 보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 신앙은 언약궤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은 언약을 확인하는 증언(testimony)으로 삼는다. 곧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으며(시내산에서), 이스라엘의 생존을 책임지셨고(광야에서), 이스라엘 제사장 직제를 주셨다는 것이다(아론을 통해서). 그런 까닭에 구약의 말씀은 언약궤를 보관해 놓은 장막을 증거막이라고도 부른다(출38:21, 참고 16:34; 26:33, 34; 30:6, 26). 언약궤를 통해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무엇을 베푸셨는지를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언약궤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체적으로 인도하심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종교적, 정치적, 실존적 상징이 바로 언약궤이다. 언약궤와 함께하는 이스라엘! 바로 거기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다운 질서와 기개, 신앙과 소망을 이 땅 위에 펼쳐갈 수 있다. 그러나 사무엘상 4:1의 전쟁터에서 만나게 되는 이스라엘은 그런 이스라엘이 아니었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2.
왕정의 시작 (7장~13장)
신정 통치를 지향하던 이스라엘의 왕과 선지자는 그들의 정치 구조 안에서 목자와 그의 지팡이처럼 하나의 팀을 이루어 백성들, 하나님의 양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팀 사역은 그야말로 희망 사항이었고 그들의 이상에 부합되지는 못하였다.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이 제도는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경험했다.
이스라엘은 사사 시대를 지나면서 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들의 이웃은 날이 갈수록 소규모 도시 국가형태(체제)를 탈피해 연합국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팔레스타인 지역의 이러한 정치적 분위기는 이스라엘을 그냥두지 않았다. 더구나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의 자주적인 독립을 유지하려면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치 체제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즉 이스라엘도 한 국가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왕을 중심으로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지향해야 했던 것이다.
3.
믹마스 전투 (14장)
본장은 크게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사울과는 대조적으로 요나단이 믿음에 근거하여 용맹스런 활약을 전개하는 장면(1~5절), [2]요나단의 활약으로 도주하던 블레셋의 군대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추격하는 장면(16~23절), [3]사울이 망령되이 맹세를 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 사실(24~46절), [4]사울의 치세 기간 동안 많은 군사적 활동이 있었으며, 왕실의 기반도 어느 정도 잡힌 사실(47~52절) 등이다. 사울을 초기에 어느 정도 균형잡힌 인격자 성경에 묘사되었지만 그 같은 긍정적인 면모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같은 모습이 본 장에 여실히 드러난다. 사울의 연약성을 부각시키는 본 장은 또 한번 사울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스라엘 병사를 모두 죽일 뻔하였다(24~26절).
4.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15장)
어떤 일을 판단할 때에 외모에 근거하지 않고 중심에 근거하는 내면적 통찰력은 이스라엘의 왕이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자질이었다. 사무엘상을 통해 다윗은 하나님께 감동받은 내면적 통찰력을 소유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반면 사울은 내면적 통찰보다는 외적인 부분에 지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버림받은 왕으로서 사울은 왕의 외모는 갖고 있었지만 왕의 마음을 갖지 못했고 결국 하나님의 판단 방법인 내면에 근거해서 판단하지 못했다. 내면적 통찰력과 인간의 통찰력의 차이는 사울이 두 번째로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15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3~14장에서 인간적인 판단에 근거해 행동함으로써 하나님께 버림받고 있는 사울 집안의 몰락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15장은 사울이 아말렉과의 전쟁 가운데 또다시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불순종하는 장면이 나온다.
5.
기름부음 받은 다윗 (16장)
본 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 위에 올릴 새로운 인물 다윗에게 선지자 사무엘을 통하여 기름을 부은 사실이 다뤄지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는 사울의 일로 시름 중에 잠겨 있는 사무엘에게 나타나 이제 당신께서 이스라엘의 새로운 왕으로 택한 자에게 기름을 부으라고 명하신다(1~5절). 그리하여 사무엘은 베들레헴 땅으로 가 다윗을 찾아서는 그에게 기름을 붓는다(6~13절). 그 후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사울의 궁전에 출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정하신다(14~23절).
6.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17장)
본 장은 크게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1]골리앗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능멸하는 장면(1~11절), [2]다윗이 아비 이새에 의하여 전장에 보내지는 장면(12~20절), [3]다윗이 골리앗을 무찌를 자로서 사울에게 추천되는 모습(21~40절), [4]다윗이 골리앗을 죽였으며 그에 따라 이스라엘이 블레셋에 대하여 큰 승리를 거두게 되는 장면(41~54절), [5]다윗이 사울과 다시 상면하게 되는 장면(55~58절)이다.
본 장은 하나님께서 범죄한 사울을 버리시고 다윗을 이스라엘의 새 지도자로 등장시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이루어 가심을 보여준다. 다윗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울과 그의 군대들이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던 블레셋 족속을 격파함으로써 명실 공히 이스라엘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본장의 초점은 블레셋과의 전투가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가 이스라엘의 참된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필연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