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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두바이를 떠나며

정바울 목사 (24-08-25 사임)
2022년 8월 5일 새벽, 두바이에 처음 발을 디디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공항을 나가는 순간 마주했던 뜨거운 열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새벽에도 이렇게 덥다니!! 앞으로 두바이에서 잘 지낼 수 있겠지…?’ 선선한 겨울에 부임했다면 조금 달랐을 텐데 가장 더운 여름에 두바이 땅을 밟으면서 처음 경험한 사막의 더위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두바이의 무더운 여름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공항에 마중 나와 주신 분들의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나와 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심심해하지 않도록 인형과 색칠 놀이, 그리고 선물을 가져다주신 그 따뜻한 마음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식탁과 냉장고에는 먹을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성대한 환영과 세심한 배려에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쳤고, 주로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삶은 무료했습니다. 비싼 물가는 생활하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저희 부부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함 없는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황량하고 메마른 이슬람 땅에서 믿음을 지키려고 하니 그것도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두바이에 왔다고 믿었지만,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여정 속에서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광야의 훈련을 통해 우리를 낮추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신명기 8:2]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바이에서의 생활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길들이 이제는 동네를 다니는 것처럼 익숙해졌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 라마단을 보내는 것이, 히잡을 쓴 무슬림들을 보는 것이 이제는 모두 익숙해졌습니다. 적응하는데 2년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낯선 것들이 익숙해질 때쯤, 다시 익숙한 것들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과 시험이 많았지만 그런 중에도 함께 예배하며 섬길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주일 아침마다 함께 짐을 나르며 예배를 준비하고, 함께 찬양팀을 섬기고, 라스 알 카이마를 오고 갔던 시간, 소년부, 중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예배하고, 하이터치 동안 뜨겁게 기도하고, 우간다 아웃리치를 준비했던 시간, 좋은 분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라 믿으며 기도하며 따라가려 합니다. 더 오래 섬기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하고,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과 섬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뜨거운 열사의 땅에서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겼던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